이해왕 선교사 2005. 7. 26. 04:07

까마득하게 멀고 높게만 보이든 70 고개에 올라선 그들은 가정과 사업, 사회를 이끌고 자기 인생 되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와 칠순의 마루턱에 와서야 비로소 뒤를 돌아보고 앞길을 내다본다. 


아직 스스로 노인이기를 거부해 보지만 직장에서는 은퇴해야 하고 가정에서는 할아버지라고 외면당하고 사회활동 무대에서는 컴퓨터라는 놈이 밀어낸다. 


몸단장에 신경을 써서 머리 염색을 하고 라식 수술로 시력을 보강하고 몸에 좋다는 보약을 먹어 보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은 교회에 가면 경로석이 마련돼 있어 점심 식사나 간식을 봉사요원들이 서브한다. 거기 앉기를 거부하고 긴 줄을 서서 기다리지만 젊은이들은 경로석에 가서 앉으라고 권해온다. 


이거 참 앉을 자리도 설자리도 마땅치 않구나 하고 소외감을 느낀다. 이따금씩 들려오는 동년배 친구들의 부음소식은 그들을 더욱 침울케 한다.


주말이나 명절이면 아들딸 사위들이 손자손녀 거느리고 모여든다. 하지만 부모를 섬긴다는 것은 명분이요 저희들끼리만 이야기꽃을 피우니 할 수 없이 자리를 피해 주어야한다. 


손자손녀 노는 방에 가본다. 컴퓨터 앞에서 게임놀이가 한창이다. 그 빠른 손가락 놀림에 상대가 되지 않으니 자연히 이곳에도 앉을 자리는 없다. 텔레비전 앞에는 부녀가 둘러앉아 연속극에 채널이 고정되어 거기에도 빈틈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소외감이다. 70 고개는 새로운 인생을 배워야 하는 전환점이다. 걸레질을 배우고 부엌 설거지를 배우고 아기 보는 법부터 배우고 아내의 심부름하기 시장보기 등 가정에 필요한 새 일꾼으로 변신해야 산다. 


그리고 취미생활을 위한 자기개발에 모든 인생을 걸자. 이제는 끌려가고 따라가고 보호받고 돈을 벌든 방법에서 쓰는 방법 등에 익숙해지자. 


여유시간 분배에 지혜를 모으자. 그리고 거기서 즐거움을 찾고 새 삶을 찾아 희한의 여유로움을 즐기자. 70 고개 그 바로 앞에는 80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주 한국일보(2005-07-25)에 실린 제봉주씨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