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로 허비한 젊은 날 만회 해야죠”
“술과 방황에 허비했던 지난 세월, 그러나 남은 여생 만큼은 보람 있게 보내고 싶습니다!”
금요일인 지난 18일 저녁.....
LA 한인타운에 있는 김스운전학교 강의실에는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수강생들이 멋쩍은 표정으로 하나 둘씩 들어선다.
그들 한명 한명을 인자한 미소로 맞이하는 강사는 올해 73세의 조동빈 할아버지 이시다.
올해로 19년째 이 곳에서 취중운전자 교육을 맡고 있는 조 할아버지의 강의는 수강생들에게 인기가 있다.
명쾌하고 씩씩한 강의 스타일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의 달변 속에는 지난 인생역정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지독한 알코올중독에 빠져 살았던 십여 년간은 악몽 같은 세월이었죠. 특히 알코올 중독으로 사랑하는 아내에게 이혼까지 당한 후로는 살아갈 희망조차 잃었습니다!”
서울서 명문대를 졸업하고 60년대에 UN한국위원단에서 근무했을 정도로 “엘리트” 였던 조 할아버지 이시다.
갑작스런 동생의 자살과 어머니의 사망으로 충격을 받은 그는 지난 70년 가족들을 데리고 낮선 땅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러나 미국에 와서도 심한 정신적 갈등 때문에 술에 의존하지 않고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기가 힘들었다.
마침내 알코올 중독으로 가족들에게까지 버림받은 조 할아버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재활원에 입소했다.
35명중에 1명만 성공한다는 그 지독한 과정을 이겨내고 3년 만에 알코올 중독에서 헤어난 할아버지에게 비로소 새로운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재활원을 퇴소한 후에도 “알코올중독자 회복모임”에 참석해서 새 친구들을 사귀고 함께 유혹을 이겨냈다.
그러나 김스 운전학교와 인연이 닿은 것은 지난 85년이었다.
“알코올에서 벗어나고 보니 제 반평생이 훌쩍 지났더군요. 허탈한 마음도 금할 수 없지만 술로 망가졌던 제 인생을 거름삼아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닌 게 아니라 알코올 중독이었던 사람이 취중운전자 강의를 한다고 하니 다들 귀가 솔깃해 하더군요.”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람들과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 교육하는 동안, 할아버지는 조금은 부끄러운 과거의 경험담을 솔직히 말해준다.
자신을 “만년교사”로 삼아 다시는 술 때문에 고통을 겪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술 때문에 인생이 어긋났지만, 술 덕분에 뒤늦게나마 천직을 찾았다는 조 할아버지....
그의 새로운 인생은 너무나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다.
“술 대신 운동을 시작하면서 잃었던 건강도 다시 찾았고, 인생의 반려자도 만났습니다. 제 강의를 듣고서 술을 끊었다는 ‘제자’들을 만날 때면 무엇보다도 큰 기쁨을 느끼죠...” 하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반가운 것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노년의 활력을 되찾았다는 점이라고 하신다.
힘든 시절 떠나갔던 가족들에 대한 원망은 없고, 다시 시작하는 인생의 여로를 함께 할 동반자가 지금 곁에 있음이 감사할 뿐이시란다.
(이상은 2004년 6월 23일자 미주 중앙일보에 기고된 글임을 밝힙니다.)
♡ 우리 모두 "조 동빈 님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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